1의사가 모자란가, 잘못 배치돼 있는가?
양쪽 모두 소아과와 지방 병원이 비어 간다는 데는 동의한다. 갈리는 것은 원인이다.
찬성 측은 OECD 최하위권인 의사 수와 무너지는 지역·필수의료를 들어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모자란 것은 의사의 수가 아니라 필수과와 지방으로 가는 의사이며, 무리한 증원은 교육과 진료 현장을 흔든다고 맞선다.

2024년 2월 6일, 보건복지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조규홍 당시 장관은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할 경우 2035년에 1만 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습니다”라고 근거를 밝혔다. 늘어난 정원은 대부분 비수도권 의대에 배정하고, 이들 대학은 지역인재 전형으로 60% 이상을 뽑게 한다는 계획이었다.1
의료계의 반발은 거셌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자 정부는 2월 23일 보건의료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렸고,7 7월까지 사직 처리된 전공의는 7,648명으로 대상자의 56.5%에 이르렀다. 인턴은 96.2%가 떠났다.3 구급차가 출발해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 넘게 걸린 사례도 2023년 251건에서 2024년 551건으로 늘었다.26 5월에 2025학년도 모집인원이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확정되자,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증원을 두고 대한의사협회는 “세계적 수준으로 칭송받았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붕괴할 것”이라고 규탄했다.2
갈등은 1년 반 넘게 이어졌다. 정부는 2025년 4월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렸다.5 9월 하반기 모집에서 7,984명이 돌아오면서 전공의 수는 갈등 이전의 76.2%를 회복했고,6 정부는 10월 20일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했다.7 대한전공의협의회도 2025년 7월, 증원 백지화를 담았던 2024년의 7대 요구안 대신 수련 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를 중심으로 한 새 요구안을 내놓았다.28 그사이 2025년에 새로 나온 전문의는 평년의 5분의 1 수준인 약 500명에 그쳤다.27
증원 논의는 새 절차로 다시 시작됐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2025년 12월, 현 추세라면 2035년 최대 4,923명, 2040년 최대 11,136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전망했다.8 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2026년 2월 10일 2027학년도 490명, 2028~2029학년도 613명씩, 공공의대와 지역의대가 문을 여는 2030~2031학년도 813명씩, 5년간 모두 3,342명을 늘리기로 했다.1112 2037년 부족분 4,724명에서 공공의대·지역의대 배출 인원 600명을 뺀 4,124명을 추가로 길러 내겠다는 계산이다.13 다만 그 효과가 진료 현장에 나타나는 것은 2033년부터다.12 늘어난 인원은 모두 졸업 후 10년간 지역에서 일하는 ‘지역의사’로 뽑는다.11 2027학년도 정원은 4월 28일 3,548명으로 확정됐고,15 2026년 10월 현재 진행 중인 수시모집에서 지방 의대 지역인재·지역의사 전형 지원자는 1만 5,775명으로 1년 새 40.3% 늘었다.16
같은 숫자를 보는 눈은 엇갈린다. 2023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는 2.66명으로 OECD에서 두 번째로 적었고(평균 3.86명),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는 7.4명으로 평균 14.3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반면 국민 1인당 외래진료는 연 18.0회로 OECD 평균(6.5회)의 세 배 가까이 되며 가장 많았다.20 지역 격차도 크다. 2023년 말 인구 1,000명당 의사는 서울이 3.61명, 경북이 1.41명이었다.21 2025년 경북 주민이 쓴 진료비의 40.3%는 다른 지역 병원으로 빠져나갔다.22 2023년도 전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16.4%로 역대 최저였고, ‘빅5’ 병원 가운데서도 응급의학과와 외과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이 나왔다.24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결정이 “우리 보건의료가 피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는 공통된 인식하에 협의와 소통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라고 했지만, 김택우 의사협회 회장은 표결에서 기권한 뒤 퇴장했다.13 이 논제는 결국 세 가지 질문으로 모인다. 한국에 의사가 정말 모자란가, 의사를 늘리면 그들이 지방과 필수의료로 가는가, 그리고 교육 현장과 의료 체계가 그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의대 정원 토론의 승부는 대개 이 네 가지 쟁점에서 갈린다.
양쪽 모두 소아과와 지방 병원이 비어 간다는 데는 동의한다. 갈리는 것은 원인이다.
같은 위원회 결과를 두고 양쪽의 해석이 정반대다.
‘늘려도 서울로 간다’는 반론에 정부가 내놓은 답을 두고 다투는 쟁점이다.
2024년의 혼란을 두고 양쪽이 서로 다른 교훈을 끌어낸다.
한국: 2023년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2.66명으로 OECD에서 두 번째로 적다.20 2027~2031학년도 5년간 정원을 3,342명 늘리되, 늘어난 인원은 모두 지역의사로 뽑는다.12
일본: 2022년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가 2.65명으로 한국보다도 적어, 한국과 함께 OECD 최하위권에 속한다.20
OECD 평균과 오스트리아: OECD 평균은 1,000명당 3.86명이고, 가장 많은 오스트리아는 5.51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도 OECD 평균은 14.3명으로 한국(7.4명)의 두 배 가까이 된다.20
영국: NHS 잉글랜드는 2023년 장기 인력계획에서 연 7,500명인 의대 정원을 2028/29학년도 1만 명, 2031/32학년도 1만 5,000명으로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첫 증원은 2025년 9월부터다.30
토론 팁: 국제 비교는 양쪽 모두에게 쓸모 있다. 찬성 측은 의사 수와 졸업자 수가 OECD 최하위권이라는 점을, 반대 측은 한국의 외래진료 횟수가 OECD 최다이고 기대수명과 회피가능 사망률이 평균보다 좋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19
수업이나 동아리 토론에 활용해 보자. 정답은 없다. 이유와 근거를 함께 묻는 것이 핵심이다.
생각 넓히기(사회·통합사회): 지역의사제는 학비 지원과 10년 의무 근무를 맞바꾼다.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국민의 건강권이 부딪힐 때 국가는 어디까지 개인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을까? 기본권 제한의 ‘과잉금지 원칙’과 연결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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