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누구의 삶인가?
원칙의 문제다. 개인의 자유와 생명 보호가 맞선다.
찬성 측은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평온하게 떠날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약자가 압박을 받고, 허용 범위가 계속 넓어질 것을 걱정한다.

안락사는 죽기를 원하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의사가 주사 등으로 직접 생명을 끊는 것을 말한다. 의사 조력 사망(조력사)은 의사가 치명적인 약을 처방하고 환자가 그 약을 스스로 먹는 방식이다. 둘 다 중병으로 고통받는 성인을 위한 제도이며, 이 토론은 법이 이를 허용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조력사를 허용한 곳은 1997년 관련 법을 통과시킨 오리건주다.1 같은 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9대 0으로 자살을 도움받을 헌법상의 권리는 없다고 판결하면서도, 판단은 각 주에 맡겼다. “이 판결로 이 논쟁은 계속될 수 있다. 민주 사회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11
그 뒤 여러 주가 오리건의 뒤를 따랐다. 2025년 12월 일리노이가 12번째, 2026년 2월 뉴욕이 13번째 주가 되었고, 수도 워싱턴 DC도 이를 허용한다.65 2025년 오리건에서 처방약을 먹고 숨진 사람은 400명으로, 주 전체 사망자의 약 1.0%였다. 이들의 나이 중앙값은 76세였고 61%가 암 환자였다.1 미국인 다수도 찬성한다. 2024년 갤럽 조사에서 71%가 환자와 가족이 원하면 의사가 말기 환자의 생명을 끝낼 수 있도록 법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3
더 멀리 간 나라도 있다. 캐나다 대법원은 2015년 조력사 전면 금지를 위헌으로 판단했고, 2024년 캐나다에서 의료 조력 사망(MAID)으로 숨진 사람은 1만 6,49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5.1%였다.122 네덜란드에서는 2024년 9,958명이 안락사로 숨져 전체 사망자의 5.9%를 차지했고, 그중 219명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고통 때문이었다.4
양측 모두 개인의 이야기로 논쟁을 이끈다. 2014년 말기 뇌종양을 앓던 스물아홉 살 브리트니 메이너드(Brittany Maynard)는 오리건 법을 이용하려고 캘리포니아에서 오리건으로 이사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던 날 이렇게 썼다. “오늘은 말기 질환 앞에서 존엄하게 떠나기로 내가 선택한 날입니다.”9 이듬해 캘리포니아도 법을 만들었다.10 비판하는 쪽은 캐나다의 61세 남성 앨런 니컬스(Alan Nichols)를 이야기한다. 2019년 그가 낸 조력사 신청서에 적힌 건강 문제는 청력 상실 하나뿐이었다. 그의 형제 게리는 “앨런은 사실상 처형당한 것”이라고 말했다.19
갈등의 골은 깊다. 미국의사협회(AMA)는 의사 조력 자살이 “치유자라는 의사의 역할과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본다.14 장애인 단체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짐이라고 느껴 죽음을 택할까 봐 걱정한다. 실제로 2025년 오리건 환자의 39.8%가 이 걱정을 꼽았다. 찬성 측은 가장 많이 꼽힌 이유가 자율성 상실과 삶을 즐겁게 해 주던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것(각 89%)이었다고 반박한다.1
다른 나라에서도 표결은 아슬아슬하다. 영국 하원은 2025년 6월 잉글랜드·웨일스 조력사 법안을 찬성 314표, 반대 291표로 통과시켰지만, 반대 측이 1,200건이 넘는 수정안을 내는 사이 2026년 4월 상원에서 시간이 다 되어 무산되었다. 그 한 달 전에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비슷한 법안을 부결했다.87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2018년 2월 이른바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고,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 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2025년 8월 300만 명을 넘었다.31 그러나 의사가 약을 처방해 생을 마감하도록 돕는 조력사는 아직 허용되지 않는다. 2022년 국회에 처음 발의된 ‘조력존엄사’ 법안은 종교계와 의사 단체의 반대 속에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고, 2024년 6월 별도의 법으로 다시 발의되었다.29 여론은 찬성 쪽으로 기울어 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2021년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76.3%가 안락사나 의사 조력 자살의 입법화에 찬성했다.30
조력사 토론의 승부는 대개 다음 네 가지 질문에서 갈린다.
원칙의 문제다. 개인의 자유와 생명 보호가 맞선다.
양측 모두 같은 나라를 예로 들면서 정반대로 해석한다.
의료계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임종 돌봄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다음이 문제다.
미국: 13개 주와 워싱턴 DC가 말기 성인 환자의 조력사를 허용한다. 가장 최근에는 일리노이, 델라웨어, 뉴욕이 합류했다.65
캐나다와 네덜란드: 두 나라 모두 의사가 시행하는 안락사를 허용하며, 각국 전체 사망자의 약 5~6%를 차지한다.24
유럽: 스페인은 2021년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에 이어 유럽연합(EU)에서 네 번째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28 스위스의 디그니타스(Dignitas) 같은 시설에는 생을 마감하려는 외국인이 찾아온다.27
그 밖의 나라: 뉴질랜드는 2020년 국민투표에서 65.1%의 찬성으로 법을 승인했다.26 오스트레일리아와 포르투갈도 허용하지만, 2026년 영국 의회와 스코틀랜드 의회는 모두 법안 통과에 실패했다.7
한국: 2018년부터 연명의료 중단은 법으로 허용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300만 명을 넘었다.31 조력사를 허용하는 법안은 2022년 처음 발의되었다가 폐기된 뒤 2024년 다시 발의되었다.29
토론 팁: 외국 사례는 양측 모두의 근거가 된다. 찬성 측은 오랫동안 꼼꼼히 감시받아 온 오리건의 기록을, 반대 측은 캐나다의 허용 범위와 사망자 수가 얼마나 빨리 늘었는지를 내세울 수 있다. 한국 사례를 쓸 때는 이미 허용된 ‘연명의료 중단’과 아직 허용되지 않은 ‘조력사’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수업이나 동아리 토론에 쓸 질문이다. 정답은 없다. 반드시 이유와 근거를 들어 말하게 하자.
도덕·윤리 교과와 연결: 생명 윤리 단원에서 배우는 생명의 존엄성과 자율성의 원칙이 이 논제에서 어떻게 부딪히는지 정리해 보자. ‘죽음을 앞당기는 것’과 ‘죽음을 늦추지 않는 것’을 다르게 보아야 하는지가 핵심 질문이다.
‘근거 필요’ 표시가 붙은 논거는 이 가이드를 공개하기 전에 출처를 보강한다.
누구나 개선 의견을 낼 수 있다. 편집자가 모든 제안과 출처를 확인한 뒤 반영하며, 반영된 제안에는 제안자의 이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