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등이란 같은 의무를 지는 것인가?
양쪽 모두 ‘평등’을 내세우지만 그 뜻이 다르다.
찬성 측은 ‘모든 국민’의 국방 의무를 남녀가 함께 지는 것이 공정하고, 빠르게 줄어드는 병력을 메울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반대 측은 군의 준비와 사회의 실질적 평등 없이 의무만 나누면 갈등만 커진다고 맞선다.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20 그러나 병역법 제3조 제1항은 병역의무를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게만 지우고, 여성은 지원한 경우에만 현역이나 예비역으로 복무할 수 있게 한다.2 그래서 여성은 장교나 부사관으로는 군에 들어갈 수 있지만 병사로는 복무하지 않는다.20 헌법의 ‘모든 국민’과 병역법의 ‘남성’ 사이의 간극이 이 논쟁의 출발점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을 여러 차례 심판했다. 2010년 첫 결정에서는 재판관 9명 중 2명이, 2011년에는 1명이 위헌 의견을 냈고, 2014년에는 만장일치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36 현역 복무 중이거나 입영을 앞둔 남성들이 낸 헌법소원에서, 2023년 9월 26일에도 헌재는 전원일치로 합헌을 선고하며 국회의 넓은 입법재량을 존중해야 하고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1 다만 출산율 변화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여성 징병이나 모병제 도입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2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인구다. 국방부에 따르면 20세 남성은 2020년 33만 3천 명에서 2022년 25만 7천 명으로 2년 만에 30% 가까이 줄었다.9 병무청은 이 숫자가 2037년 약 18만 8천 명, 2040년 약 14만 3천 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11 국군 병력은 2019년 56만 명에서 2025년 7월 45만 명으로 줄어, 정전 상황에서 필요한 최소 수준으로 꼽혀 온 50만 명보다 5만 명 적다. 판정 기준을 완화하면서 현역 판정 비율은 69.8%에서 86.7%까지 올라갔다.12
여론도 꾸준히 움직였다. 2021년 4월 청와대 국민청원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에는 29만 명 넘게 동의했고, 청와대는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 등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답했다.5 2024년 2월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54%가 여성 징병에 찬성하고 34%가 반대했는데, 남성 찬성은 66%, 여성 찬성은 43%였다.9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여성 응답자의 53.7%가 여성의 병역의무에 동의했다.6 반면 2023년 7월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반대가 54.9%로 찬성 36.3%보다 많았다.8 질문 방식과 조사 시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가장 최근인 2026년 8월 개혁신당 개혁연구원 조사에서는 찬성이 59.6%였다.10
이 논제는 젠더 갈등과도 얽혀 있다. 1999년 헌재가 군 가산점제를 위헌으로 결정한 뒤 보상이 없다면 여성도 복무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나왔다.20 2021년에는 재보궐선거 직후 20대 남성의 표심과 맞물려 정치 쟁점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고, 2024년 총선을 앞두고는 두 신생 정당 대표가 각각 여성 병역 방안을 내놓았다.1617 찬성 측은 공정과 평등을, 반대 측은 군 내부 문제와 사회 구조의 불평등을 먼저 봐야 한다고 말한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이스라엘은 건국 때부터 여성을 징집했고, 노르웨이는 2015년 NATO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징병을 시작했다.2124 스웨덴은 2010년 폐지했던 징병제를 2017년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되살렸고, 덴마크 의회는 2025년 6월 만장일치로 2026년부터 여성도 징병하고 복무기간을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리는 법을 통과시켰다.2628 다만 노르웨이는 해마다 대상자 6만 명 가운데 10~15%만 선발한다.22
2026년 10월 현재 여성 징병은 정부의 공식 정책 과제가 아니다. 국방부는 2023년과 2024년 “여성 징병제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8월 선택적 모병제를 국방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웠다.1710 2025년 8월에는 여성도 병사로 자원 입대할 수 있게 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의무가 아닌 지원제다.10 결국 이 논제는 세 가지 질문으로 모인다. 의무의 평등은 무엇을 뜻하는가, 줄어드는 병력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그리고 군과 사회는 그 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여성 병역 의무 토론의 승부는 대개 이 네 가지 쟁점에서 갈린다.
양쪽 모두 ‘평등’을 내세우지만 그 뜻이 다르다.
인구 감소라는 사실에는 양쪽 모두 동의한다. 다른 건 처방이다.
군 조직 문화와 성범죄 문제를 두고 순서가 엇갈린다.
같은 여론 조사 결과를 두고도 해석이 갈린다.
한국: 병역의무는 남성에게만 있고, 여성은 장교·부사관으로 자원 복무한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2011년, 2014년, 2023년 남성 징병 조항을 모두 합헌으로 보았다.16 2025년 8월에는 여성도 병사로 자원 입대할 수 있게 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됐다(의무가 아닌 지원제).10 2026년 10월 기준 여성 징병은 정부의 공식 검토 대상이 아니다.
이스라엘: 1948년 건국 때부터 여성을 징집했다.20 2021년 기준 여성은 24개월, 남성은 30개월을 복무하지만, 결혼·임신·종교 등으로 면제가 가능해 여성의 40~50%만 실제로 복무한다.21 2014년 기준 군 보직의 92%가 여성 징집병에게 열려 있었다.30
노르웨이: 2013년 의회가 압도적 찬성으로 여성 징병을 의결했고, 2015년부터 시행했다.2421 2016년 선발된 징집병의 32.7%가 여성이었다.25
스웨덴: 2010년 폐지했던 징병제를 2017년 되살리기로 하고, 1999년 이후 출생한 남녀를 대상으로 2018년부터 소집했다.26 해당 연령의 약 9%만 선발하며 복무 의지가 있는 사람을 먼저 뽑는다.23
덴마크: 2025년 6월 의회가 만장일치로 여성 징병법을 통과시켰다. 2025년 7월 1일 이후 18세가 된 여성은 남성처럼 신체검사를 받고 추첨 번호를 받으며, 2026년부터 지원자가 부족하면 추첨으로 징집될 수 있다.2829
토론 팁: 해외 사례는 양쪽 모두에게 쓸모 있다. 찬성 측은 안보 위협이 커진 북유럽이 잇따라 성별 중립 징병을 택했다는 점을, 반대 측은 그 나라들이 대상자의 일부만 뽑는 선발형이고 징병제 국가 가운데 여성 징병국은 여전히 소수라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221
수업이나 동아리 토론에 활용해 보자. 정답은 없다. 이유와 근거를 함께 묻는 것이 핵심이다.
생각 넓히기(사회·통합사회·정치와 법): 헌법재판소는 1999년 군 가산점제를 위헌으로 보았지만 남성만의 병역의무는 합헌으로 보았다. 두 결정은 ‘평등’을 어떻게 다르게 이해했을까? 평등권 심사 기준과 연결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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