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정성: 점수 하나가 공정한가, 맥락을 보는 것이 공정한가?
양쪽 모두 ‘공정’을 내세우지만 공정의 뜻이 다르다.
찬성 측은 오지선다 수능이 학교 수업을 문제 풀이 훈련에 가두고 사교육과 재수를 부추긴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수능이 가장 믿을 수 있는 공통의 잣대이자 누구에게나 열린 재도전의 기회라고 맞선다.

2026년 11월 19일,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다.7 응시원서를 낸 수험생은 55만 1,864명이고, 이 가운데 졸업생과 검정고시 출신 등 재학생이 아닌 지원자가 19만 6,473명(35.6%)이다. 재학생 지원자는 1년 새 1만 6,506명 줄었는데 졸업생은 1만 3,784명 늘었고, 종로학원 분석으로는 2004학년도 이후 23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6 고등학교 3년, 때로는 그보다 긴 공부가 하루 동안의 시험으로 평가받는 셈이다.
그런데 대학 신입생 대부분은 수능 점수로 뽑히지 않는다. 2028학년도 전체 모집인원 34만 8,789명 가운데 수시모집이 80.8%, 정시모집이 19.2%다. 수시의 86.0%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중심으로 뽑는 전형이고, 정시의 92.4%가 수능 위주 전형이다. 전체 모집인원으로 따지면 수능 위주 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6만 1,779명, 17.7%에 그친다.5 이 논제는 남아 있는 수능의 몫마저 없애고, 고교 내신과 수업 과정의 평가로 신입생을 뽑자는 주장이다.
수시와 정시의 비율은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출렁였다. 2018년 공론화를 거쳐 정시를 ‘3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지만,9 이듬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이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충분한 준비 없이 나온 결정이라고 비판했다.8 교육부는 그해 11월 정시 확대와 함께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10% 의무화 등을 담은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았고,10 그 결과 서울 주요 16개 대학은 2023학년도에 정원의 40% 이상을 정시로 뽑게 됐다.11 조국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2024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고, 딸 조민 씨도 위조된 표창장 등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낸 혐의로 2025년 4월 항소심에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다.13
제도는 지금도 바뀌는 중이다. 2025년 고교 입학생부터 진로에 맞춰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됐고, 내신은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뀌어 상위 10%까지만 1등급을 받는다.219 이 학생들이 치를 2028학년도 수능은 국어·수학의 선택과목을 없애고, 사회·과학탐구도 모두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같은 시험을 보는 ‘통합형’이다.1 시험 범위가 좁아져 수능이 쉬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교육부 관계자는 “어려운 내용이 빠져서 쉬운 수능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2
2026년에는 수능의 형식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업무보고에서 객관식 시험이 “어른들이 편하게 채점하고 분류하기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25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에 수능·내신의 절대평가 전환과 수능 서·논술형 도입 등을 담는 방안을 놓고 공론화에 나섰고, 현재 초등학교 6학년부터 적용하는 안이 거론됐다.2321 다만 국교위는 확정된 안은 없다고 밝혔고,22 10월 7일 차정인 위원장은 서·논술형 수능은 “도입 여부 자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시안 발표를 늦추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당초 국교위는 10월 말 시안을 내고 11월 공청회를 거칠 계획이었다.28 2026년 10월 현재 최종안은 2027년 3월 확정될 예정이다.23
반대 목소리도 크다. 2022년 1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시가 공정하다는 데 ‘다소 그렇다’가 39%, ‘매우 동의한다’가 19.4%였다.11 교육부도 2028 개편안을 만들며 학생·학부모·교사·일반 국민 8,808명을 대상으로 설문했고, 수능은 남겨 두되 선택과목을 없애는 쪽을 택했다.1 교사노동조합연맹은 “학교의 현실을 외면한 채 평가의 형식부터 바꾸는 개편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27 결국 이 논제는 세 가지 질문으로 모인다. 어떤 평가가 더 공정한가, 어떤 평가가 학교 수업을 살리는가, 그리고 제도를 바꾼다면 그 부담은 누가 지는가.
수능 폐지 토론의 승부는 대개 이 네 가지 쟁점에서 갈린다.
양쪽 모두 ‘공정’을 내세우지만 공정의 뜻이 다르다.
양쪽 모두 상대 제도가 사교육을 키운다고 주장한다.
목표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다툼은 지금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느냐다.
누구에게 기회를 넓혀 주는 제도인지가 다르게 보인다.
한국: 2028학년도 모집인원의 80.8%를 수시로, 19.2%를 정시로 뽑는다.5 서울 주요 16개 대학은 2023학년도부터 정원의 40% 이상을 정시로 뽑기 시작했다.11 국교위는 수능·내신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도입을 포함한 대입 개편 방향을 2027년 3월 확정할 계획이다.23
프랑스: 일반 바칼로레아 성적의 40%는 고교 마지막 2년의 수업 성적(계속평가)이고, 60%는 최종 시험이다. 최종 시험은 전공 과목 서술형 시험 두 개, 모든 수험생이 보는 철학 시험, 20분 동안 탐구 과제를 발표하는 ‘그랑 오랄’로 이뤄진다. 2027년 시험부터는 모든 필기시험에서 프랑스어 구사 능력에 최소 2점을 배정한다.29
핀란드: 고교 과정을 마칠 무렵 전국 단위의 대입자격시험(ylioppilastutkinto)을 봄·가을 1년에 두 번 치른다. 2016년 가을 첫 디지털 시험을 거쳐 2019년 봄부터 시험 전체를 컴퓨터로 시행하고 있으며, 이 시험에 합격하면 대학에 진학할 자격이 생긴다.30
토론 팁: 해외 사례는 양쪽 모두에게 쓸모 있다. 찬성 측은 프랑스가 수업 성적을 국가 자격에 직접 반영하고 객관식 대신 논술과 구술로 평가한다는 점을, 반대 측은 프랑스와 핀란드 모두 전국 공통의 최종 시험을 유지한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
수업이나 동아리 토론에 활용해 보자. 정답은 없다. 이유와 근거를 함께 묻는 것이 핵심이다.
생각 넓히기(통합사회·정치와 법): 공정에는 ‘같은 규칙을 똑같이 적용하는 공정’과 ‘출발선의 차이를 고려하는 공정’이 있다.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은 각각 어느 쪽에 가까울까? 두 공정이 부딪칠 때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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