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건강이냐 자유냐: 청소년의 공부 마감 시간은 누가 정하나?
가정과 국가의 역할을 둘러싼 가치 쟁점이다.
찬성 측은 정해진 마감 시간이 학생의 잠을 지키고 사교육 경쟁을 멈춘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밤 공부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숨을 뿐이라고 맞선다.

서울에서 학원은 오전 5시부터 밤 10시까지만 교습할 수 있다.4 교습시간은 시·도마다 조례로 정하기 때문에 고등학생 기준 마감 시간은 지역마다 다르다. 서울은 밤 10시, 부산과 인천은 11시, 대전·울산·제주는 자정이다.13 같은 고3이라도 사는 곳에 따라 학원 불이 꺼지는 시각이 두 시간까지 차이 나는 셈이다.
사교육을 국가가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논쟁거리다. 전두환 정부는 1980년 집권 직후 과외를 전면 금지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00년 이 금지가 자녀를 교육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11 그다음 등장한 것이 교습시간 제한이다. 2008년 서울시의회가 시간 제한을 없애려 하자 학부모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물러섰고, 2009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심야교습 제한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261 2016년에도 서울시의회에서 고등학생 교습시간을 밤 11시까지 늘리는 개정안이 추진됐지만, 서울시교육청과 한국교총,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잇따라 반대했다.31
판돈은 크다.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대인 29조 2천억 원이었고, 사교육 참여율은 80%에 이르렀다.5 2025년에는 학생 수가 줄면서 총액이 27조 5천억 원으로 내려갔지만, 사교육을 받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지출은 60만 4천 원으로 오히려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는 300만 원 미만 가구보다 약 3.4배를 더 썼다.6
제한을 지지하는 쪽이 가장 먼저 꺼내는 근거는 수면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4년 고등학생 2,258명을 조사한 결과, 46.7%가 하루 6시간도 자지 못했고 그 이유로 학원·과외가 두 번째로 많이 꼽혔다.8 다른 나라 청소년도 사정이 비슷하다. 2021년 미국 고등학생 가운데 권장 수면 시간인 8시간을 채우지 못한 비율은 주에 따라 71~84%였다.21
반대쪽은 규칙이 이미 공공연히 깨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에서 교습시간 위반으로 적발된 학원은 2020년 49곳에서 2023년 174곳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대치동의 한 강사는 “명목은 ‘자습’이지만 강사들이 새벽 2시까지 남아 관리한다”고 말했다.12 2015년 한 연구는 교습시간 규제를 강화해도 사교육에 쓰는 시간과 비용이 “유의미하게 줄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9
2025년 하반기, 논쟁은 다시 불붙었다. 정지웅 서울시의원이 고등학생 교습시간을 자정까지 늘리는 조례 개정안을 내놓으며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학생에게 선택의 자유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34 시민단체 119곳이 연대해 반대에 나섰고, 교육부도 밤 10시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4
비슷한 압력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중국은 2021년 훨씬 강하게 나가 주요 교과의 영리 사교육을 금지하고, 온라인 수업은 밤 9시 전에 끝내도록 했다.1517 이 논제는 결국 세 가지 질문으로 모인다. 아이들의 휴식을 지킬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시간 제한이 실제로 밤 공부를 줄이는가, 규칙이 바뀌면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학원 교습시간 토론의 승부는 대개 이 네 가지 쟁점에서 갈린다.
가정과 국가의 역할을 둘러싼 가치 쟁점이다.
양쪽 모두 국내 연구를 근거로 들지만 해석이 엇갈린다.
양쪽 모두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다고 주장한다.
양쪽 모두 입시 압박이 뿌리라는 데 동의한다. 다른 건 그동안 무엇을 할지다.
한국: 지역마다 기준이 다르다. 고등학생 교습 마감은 서울이 밤 10시, 인천·부산·전북이 11시, 대전·울산·제주가 자정이다.3 서울에서는 2008년, 2016년, 2025년 세 차례 시간을 늘리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때마다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26314
중국: 2021년 ‘쌍감’ 정책으로 의무교육 교과 사교육 업체는 비영리 기관으로 전환해야 했고, 주말·공휴일·방학 중 학교 밖 교습도 금지됐다.16 방과후 사교육 시장은 2019년 기준 약 8,000억 위안(약 150조 원) 규모로 추산됐다.30 장쑤성의 사교육 업체는 2년 만에 9,000곳 가까이에서 205곳으로 줄었다.17
일본: ‘주쿠(塾)’라 불리는 입시 학원이 교육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2002년 정부 통계로는 고등학교 진학 전 학생의 70% 이상이 사교육을 받았고, 밤 8시 반쯤 귀가하는 아이들도 있었다.18 2021년 정부 조사에서는 학원비 증가로 교육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19
미국: 청소년 수면 논쟁은 주로 등교 시간을 두고 벌어진다.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 법을 만들어 고등학교가 오전 8시 30분 이전에 수업을 시작하지 못하게 했다.20
토론 팁: 해외 사례는 양쪽 모두에게 쓸모 있는 근거다. 찬성 측은 여러 나라가 이미 학생의 학습 시간을 제한하거나 조정한다는 점을, 반대 측은 훨씬 강한 금지가 사교육을 음지로 몰아낸 중국 사례를 내세울 수 있다.
수업이나 동아리 토론에 활용해 보자. 정답은 없다. 이유와 근거를 함께 묻는 것이 핵심이다.
생각 넓히기(사회·통합사회): 헌법재판소는 2000년 과외 금지는 위헌, 2009년 교습시간 제한은 합헌으로 보았다. 두 결정을 가른 기준은 무엇일까? 기본권 제한의 ‘과잉금지 원칙’과 연결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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