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고기는 지나치게 싼가?
공정한 가격에 무엇까지 포함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찬성 측은 지금의 고기값에 기후·건강·동물이 입는 피해가 빠져 있어 너무 싸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세금을 매겨도 문제는 풀리지 않고 서민 가정과 농가만 힘들어진다고 맞선다.

육류세는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같은 고기의 값을 세금으로 올리는 제도다. 부가가치세처럼 계산대에서 소비자에게 매길 수도 있고, 가축을 기르는 농가에 직접 물릴 수도 있다. 찬성하는 쪽이 내세우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가축이 내뿜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국민 건강을 지키고, 그 돈으로 농장 동물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육류세가 논의된 역사는 길지 않다. 2013년 스웨덴 농업청이 육류세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자 정부 각료들이 곧바로 선을 그었다. 에스킬 에를란드손(Eskil Erlandsson) 농업부 장관은 “냉장고에 무엇을 넣을지는 각자가 정할 일”이라고 말했다.1920
찬성론은 숫자에서 출발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가축이 해마다 약 62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추산한다. 인간 활동으로 생기는 전체 배출량의 약 12%다. FAO는 2050년까지 축산물 수요가 20%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1 2016년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소고기가 일으키는 기후 피해를 값에 반영하려면 세계 평균 소고기 가격이 약 40% 올라야 한다.6 건강 문제도 있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을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했고, 가공육을 매일 50g씩 먹으면 대장암 위험이 18% 높아진다고 밝혔다.8
2024년 덴마크는 세계 최초로 축산 배출세 도입에 합의했다. 2030년부터 농가는 온실가스 1톤당 300크로네(약 6만 원)를 내고, 이 금액은 2035년 750크로네(약 15만 원)까지 오른다. 다만 60% 공제가 적용돼 실제 세율은 120크로네와 300크로네 수준이다.2 첫해 기준으로 젖소 한 마리당 연간 약 96달러(약 13만 원)꼴이다.4 라스 오고르(Lars Aagaard) 기후부 장관은 “우리는 농업에 탄소세를 도입하는 세계 첫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2
뉴질랜드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 나라 온실가스의 절반 가까이가 소 약 1천만 마리와 양 약 2천600만 마리에서 나온다. 2022년 발표된 계획대로라면 2025년부터 농업 배출에 값이 매겨질 예정이었지만, 전국적인 농민 시위와 정권 교체를 거치며 2024년 6월 백지화됐다.5
미국은 사정이 또 다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가축이 차지한 비중은 4.3%였고, 2025년 6월 다진 소고기 평균 가격은 파운드당 6.12달러(약 8,400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1421
우리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2년 우리 국민 1인당 3대 육류(돼지·소·닭고기) 소비량은 58.4kg으로, 쌀 소비량(56.7kg)을 넘어섰다.24 고기가 사실상 ‘주식’ 자리에 올라선 셈이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누가 부담하느냐, 그리고 정말 효과가 있느냐다. 소득이 적은 가구일수록 소득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유럽 농민단체 코파-코게카(Copa-Cogeca)는 육류세가 “실제로는 지독하게 역진적인 세금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13 찬성 측은 거둔 세금을 가구에 되돌려주면 된다고 반박한다.12 여론은 세금을 걷는 이유에 따라 달라진다. 2023년 독일인 2,800명을 조사한 결과, 소액의 육류세에 62%가 찬성했고, 동물복지를 위한 세금이라고 설명하자 찬성이 68%로 올랐다.22
육류세 토론의 승부는 대개 아래 네 가지 질문에서 갈린다.
공정한 가격에 무엇까지 포함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저소득 가구일수록 소득에서 식비 비중이 크다는 데는 양측 모두 동의한다.
기후 변화는 전 지구의 문제지만 세금은 나라마다 따로 매긴다.
양측 모두 농업 배출을 줄이자는 데는 뜻을 같이한다. 갈리는 것은 수단이다.
덴마크: 세계에서 처음으로 축산 배출세에 합의했다. 2030년 톤당 300크로네(약 6만 원)로 시작해 2035년 750크로네(약 15만 원)로 오르며, 세수는 친환경 농업 전환 기금으로 쓰인다.233
뉴질랜드: 소와 양의 배출에 값을 매기려 했지만, 농민 시위 끝에 2024년 계획을 철회했다.5
독일과 유럽연합: 독일 보르헤르트 위원회는 2020년 고기에 동물복지 부담금을 매기자고 제안했고, 네덜란드의 한 시민단체는 EU에 고기값에 ‘지속가능성 부담금’을 더하라고 촉구했다.1013
미국: 가축 배출 비중이 전체의 4.3%로 뉴질랜드나 덴마크보다 훨씬 작다. 논의도 세금보다는 치솟는 소고기 값에 쏠려 있다.14
한국: 고기가 밥상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2022년 1인당 3대 육류 소비량(58.4kg)이 쌀 소비량(56.7kg)을 넘어섰다.24 고기가 밥만큼 일상적인 음식이 된 나라에서 육류세는 어떤 반응을 얻을지 생각해 볼 만하다.
토론 팁: 찬성 측은 덴마크를 들어 농민과 합의해 육류세를 도입할 수 있음을 보여 줄 수 있다. 반대 측은 뉴질랜드를 들어 이런 계획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보여 줄 수 있다.
수업이나 동아리 토론에 활용해 보자. 정답은 없다. 주장마다 이유와 근거를 함께 들어 보자.
생각 넓히기: 사회 교과의 ‘시장 실패와 정부의 역할’, 과학 교과의 ‘탄소 순환과 온실효과’, 도덕 교과의 ‘동물에 대한 윤리’를 함께 놓고 보면 육류세는 경제·환경·윤리가 만나는 문제다. 세 관점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무겁게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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