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숙제가 정말 성취를 높이나?
양쪽이 같은 연구를 다르게 읽는다.
찬성 측은 집에서 하는 연습이 배운 것을 오래 남게 한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숙제가 잠과 가족과의 시간을 빼앗고 형편이 넉넉한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맞선다.

숙제는 교사가 수업 시간 밖에서 하도록 내주는 과제다. 연습 문제, 읽기, 글쓰기, 프로젝트가 모두 여기에 든다. 숙제가 없는 학교 제도는 거의 없지만, 얼마나 내야 하는지, 몇 살부터 내야 하는지, 정말 도움이 되는지는 교육계에서 가장 오래된 논쟁 가운데 하나다.
새로운 싸움도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901년 14세 이하 아동의 숙제를 법으로 없앴다. 그러나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자, 위기감을 느낀 미국 사회는 오히려 숙제를 늘리라고 요구했다.14
2012년 OECD 국가의 15세 학생은 일주일에 평균 5시간 가까이 숙제를 했다. 2003년보다 1시간쯤 줄어든 수치다. 상하이 학생은 주당 14시간이었지만, 핀란드와 한국 학생은 3시간이 채 안 됐다.2 그렇다고 한국 학생의 저녁이 한가한 것은 아니다. 2024년 초·중·고 학생의 80%가 사교육을 받았고,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대인 29조 2천억 원이었다.27 학교 숙제가 적다고 해서 공부 부담까지 적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미국에서는 15~17세 청소년의 하루 숙제 시간이 2010년대 중반 약 1시간으로, 10년 전 44분보다 늘었다.21 하지만 2012년 하룻밤에 2시간 넘게 숙제한다는 17세는 13%뿐이었고,13 2020년에는 13세의 36%가 숙제가 아예 없다고 답했다.25
연구 결과는 엇갈린다. 2006년 듀크대 해리스 쿠퍼(Harris Cooper) 연구팀은 60편 넘는 연구를 분석해 숙제가 높은 성취와 관련이 있으며, 그 관련은 초등학교보다 7~12학년에서 훨씬 강하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면서도 쿠퍼는 “숙제를 과하게 내는 것은 더 좋은 성적과 관련이 없다”고 경고했다.1 영국 교육기금재단(EEF)은 숙제가 중등학교에서 약 5개월치 추가 성취를 가져온다고 추정하지만, 근거의 신뢰도는 낮다고 평가한다.11
반대 측은 스트레스를 지적한다. 2014년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캘리포니아의 성적 상위권 고등학교 10곳 학생 4,317명을 조사했더니, 이들은 하룻밤 평균 약 3.1시간 숙제를 했고 56%가 숙제를 주된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았다. 두통, 탈진, 수면 부족을 호소한 학생도 많았다.3 공정성 문제도 있다. 2018년 미국 청소년의 17%는 믿을 만한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어서 숙제를 다 하지 못할 때가 있다고 답했다.4
실제로 행동에 나선 곳도 있다. 2017년 미국 플로리다주 매리언 카운티는 초등학교 31곳, 학생 약 2만 명의 매일 숙제를 없애고 대신 밤마다 가족과 20분씩 책을 읽게 했다.5 중국은 2021년 초등 1~2학년의 서면 숙제를 금지하고 중학생 숙제를 하루 90분으로 제한했다.8 2022년 초 중국 교육부는 학생의 90% 이상이 정해진 시간 안에 서면 숙제를 끝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9 스페인에서는 공립학교 약 1만 2천 곳이 속한 학부모 연합이 2016년 11월 주말 숙제 거부 운동을 벌였다.10
핵심 쟁점은 나이, 양, 공정성이다.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부유한 가정이 자녀를 더 많이 도울 수 있다며 “공부는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20 반면 가난한 가정일수록 숙제를 자녀가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길로 여긴다는 반론도 나왔다.19 숙제를 무한정 내자는 사람도, 하나도 내지 말자는 사람도 드물다. 진짜 논쟁은 학교가 실제로 내는 방식의 숙제가 득이 더 많은가, 해가 더 많은가다.
숙제 토론의 승부는 대개 이 네 가지 쟁점에서 갈린다.
양쪽이 같은 연구를 다르게 읽는다.
원칙만큼이나 양의 문제다.
양쪽 모두 불리한 처지의 아이들을 지킨다고 주장한다.
가치의 문제다. 어떤 통계도 이 쟁점을 끝내 주지 못한다.
한국: 2012년 PISA에서 한국 15세 학생의 학교 숙제 시간은 주 3시간 미만으로 핀란드와 함께 짧은 편이었다.2 그러나 2024년 학생의 80%가 사교육을 받았고,27 고등학생의 46.7%가 하루 6시간도 자지 못했다. 잠이 부족한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인강 시청과 숙제를 포함한 ‘집에서 하는 공부’(25.5%)였다.26
중국: 2021년 7월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발표한 ‘쌍감’ 정책은 초등 3~6학년 숙제를 하루 60분, 중학생은 90분으로 제한하고 초등 1~2학년의 서면 숙제를 금지했다.78
유럽: 2012년 스페인 15세 학생은 주당 6.5시간 숙제를 해 38개국 중 다섯 번째로 많았고, 이는 2016년 학부모 숙제 거부 운동의 불씨가 됐다.10 프랑스에서는 2012년 초등·중학교 숙제를 없애자는 제안을 두고 학부모 의견이 갈렸다.19
세계 전체: 비교 가능한 자료가 있는 38개국 중 31개국에서 2003~2012년 숙제 시간이 줄었다.2
토론 팁: 해외 사례는 양쪽 모두에게 쓸모 있다. 반대 측은 핀란드와 한국이 주 3시간 미만의 숙제로도 좋은 성적을 낸다는 점을, 찬성 측은 숙제를 많이 내는 학교일수록 수학 점수가 높은 싱가포르, 일본, 홍콩을 내세울 수 있다.2 다만 한국 사례를 쓸 때는 사교육 시간을 함께 따져야 반론에 무너지지 않는다.
수업이나 동아리 토론에 활용해 보자. 정답은 없다. 이유와 근거를 함께 묻는 것이 핵심이다.
생각 넓히기(국어·사회): 같은 자료가 찬성과 반대 양쪽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계를 읽을 때 ‘누구를, 언제, 어떻게 조사했는지’를 따져 보는 습관과 연결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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