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무엇을 ‘효과’라고 부를 것인가?
양쪽이 서로 다른 잣대로 제재를 평가하는 정의 쟁점이다.
찬성 측은 제재가 북한의 돈줄을 죄고 협상을 끌어냈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20년 가까운 제재에도 핵탄두는 늘었고, 중국과 러시아가 등을 돌린 지금 제재는 구멍 난 그물이라고 맞선다.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에 역대 가장 강한 제재를 잇따라 내렸다. 9월 핵실험 직후 채택된 결의 2375호는 북한의 섬유 수출을 막고 정제유 공급을 연 200만 배럴로 묶었다. 연말의 결의 2397호는 그 상한을 4분의 1인 50만 배럴로 다시 낮추고,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를 24개월 안에 돌려보내도록 했다. 석탄 수출은 그보다 앞서 결의 2371호로 전면 금지됐다.18 세 결의 모두 만장일치였다.21 당시 미국 대표는 “어중간한 조치는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2
충격은 숫자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추정으로 북한 경제는 2017년 -3.5%, 2018년 -4.1% 성장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크게 뒷걸음질했다. 2018년 대외무역 규모는 48.8% 줄었고, 수출은 2억 4천만 달러(약 3,300억 원)로 한 해 전보다 86.3% 감소했다.34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내건 핵심 요구도 2016~2017년에 채택된 제재 결의 5건의 해제였다.9 리용호 외무상은 전면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를 원했다고 했지만, 이 결의들은 광물 수출, 해외 노동자, 유류 공급을 묶는 핵심 제재였다.8
그러나 제재가 내건 목표인 비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6년 연감에서 북한의 핵탄두를 약 60기로 추정했다. 1년 새 10기가 늘었고, 90기를 더 만들 수 있는 핵물질도 있다고 봤다.21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2019년 말 “미국에 제재 해제 따위에 목이 매여” 주저할 필요가 없다며 제재 해제에 기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10 경제도 다시 살아났다. 북한은 2023년 3.1%, 2024년 3.7%, 2025년 3.5% 성장했고, 2025년 실질 국내총생산은 제재가 본격화한 2017년 수준을 넘어섰다.5
제재를 함께 지키던 전선에도 금이 갔다. 2022년 5월 중국과 러시아는 찬성 13표를 얻은 추가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13 2024년 3월에는 러시아가 제재 이행을 감시하던 유엔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거부하며 제재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주장했다.12 한국·미국·일본 등 11개국이 대신 꾸린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은 2024년 한 해에만 포탄 약 900만 발이 북한에서 러시아로 넘어갔고 북한 노동자 8,000명이 러시아에 파견됐다고 보고했다.15 한국은행 관계자는 “작년 경제 성장에는 특히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확대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5
감시가 느슨해진 틈으로 새로운 돈줄도 생겼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는 북한 해커들이 2025년 한 해 동안 약 20억 달러(약 2조 7,600억 원)어치 가상자산을 훔친 것으로 추정했다. 그해 2월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 한 곳에서만 14억 달러가 빠져나갔다.19 위성 분석에서는 북한 주요 항구에 드나든 길이 80m 이상 상업용 선박이 2019년 783건에서 2025년 3,756건으로 늘었다.18 미국 국무부는 석탄과 철광석 밀수출이 “평양 정권에 매년 2억~4억달러의 외화를 공급해온 주요 수입원”이라고 밝혔다.17
제재의 무게를 누가 지는지도 논쟁거리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 동안 북한 주민의 45.5%가 영양실조를 겪은 것으로 추정됐다.23 2020년 유엔 특별보고관은 주민의 생계를 해치는 제재는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22 한국 안에서도 논쟁이 이어진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이후 남북 교역을 끊은 독자 제재인 5·24 조치를 두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026년 2월 국회에서 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제되더라도 유엔 제재가 남아 있어 실질적인 교역은 여전히 어렵다.29 개성공단기업협회 등 남북경협단체 10곳도 2026년 1월 조치 해제를 요구했다.28
이 논제는 결국 세 가지 질문으로 모인다. 제재의 효과를 비핵화로 잴 것인가, 북한이 치르는 비용으로 잴 것인가. 중국과 러시아가 빠진 제재가 계속 힘을 쓸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부담을 지는 북한 주민의 삶을 어떻게 저울에 올릴 것인가.
대북 제재 토론의 승부는 대개 이 네 가지 쟁점에서 갈린다.
양쪽이 서로 다른 잣대로 제재를 평가하는 정의 쟁점이다.
같은 한국은행 통계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제재의 실효성은 결국 이행에 달려 있다는 데는 양쪽이 동의한다.
인도주의를 둘러싼 가치 쟁점이다.
이란: 2015년 핵합의(JCPOA)로 대이란 유엔 제재가 종료됐다. 그러나 영국·프랑스·독일이 이란의 합의 위반을 문제 삼아 ‘스냅백’ 절차를 밟았고, 2025년 9월 28일 유엔 제재가 10년 만에 복원됐다.27
리비아: 1992년 유엔 제재를 받은 리비아는 2003년 12월 대량살상무기 개발 포기를 선언했고, 미국은 2004년 제재를 단계적으로 풀었다. 하지만 2011년 내전과 나토(NATO)의 개입 끝에 카다피는 반군에게 목숨을 잃었다.25 북한은 이 사례를 핵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로 내세운다.26
러시아와 중국: 2017년에는 대북 제재에 찬성했지만, 2022년에는 추가 제재에, 2024년에는 전문가패널 연장에 반대했다.1312 2025년 북한 교역의 98.2%가 중국과의 거래였다.6
한국: 유엔 제재와 별도로 2010년부터 5·24 조치를 유지해 왔다. 2026년 2월 정부는 이 조치의 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29
연구: 172건의 제재 사례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제재의 성공률은 약 40%였다. 다만 제재국과의 교역이 대상국 국내총생산의 2%에도 못 미치면 실패율이 80%에 이르렀다.24
토론 팁: 해외 사례는 양쪽 모두에게 쓸모 있는 근거다. 찬성 측은 제재가 협상과 맞물려 이란·리비아의 핵 개발을 멈춘 사례를, 반대 측은 핵을 포기한 리비아의 결말과 북한이 그것을 어떻게 읽었는지를 내세울 수 있다.
수업이나 동아리 토론에 활용해 보자. 정답은 없다. 이유와 근거를 함께 묻는 것이 핵심이다.
생각 넓히기(통합사회·정치와 법): 유엔 안보리 결의는 상임이사국 한 나라의 거부권으로 막힐 수 있다. 2017년에는 만장일치였던 대북 제재가 2024년에는 왜 막혔을까? 국제기구의 의사결정 구조와 국제 정세의 변화를 연결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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