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투표, 먼저 해 본 나라들에서는 무엇이 달라졌나
스코틀랜드, 오스트리아, 몰타, 브라질, 그리고 미국 메릴랜드의 작은 도시 하나가 10대에게 투표권을 줬다. 유권자와 연구자, 정치인들이 확인한 것을 정리했다.

2014년 9월, 스코틀랜드가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치르던 무렵이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에리 샤피로 기자가 에든버러의 드러먼드 커뮤니티 고등학교를 찾았다. 열여섯 살 리오니 멀론은 투표용지를 받게 된 자신을 열다섯 살 친구들이 부러워한다고 했다. "열여섯 살이면 아이를 낳을 수도 있고 집을 얻어 나가 살 수도 있어요. 결혼도 할 수 있고요.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 무엇이 가장 좋은지는 결정하면 안 되나요?"5
멀론은 투표일 기준 16~17세였던 선거인 명부 등록자 10만 9,593명 중 한 명이었다. 전체 투표율은 84.6%로, 보통선거가 도입된 이래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치른 투표 가운데 가장 높았다.3 2025년 7월 영국 정부는 16~17세 약 160만 명에게 투표권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에콰도르 같은 나라의 뒤를 따르는 것이다.11 그렇다면 먼저 시작한 곳들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10대는 실제로 투표했을까
스코틀랜드 선거관리위원회 보고서의 바탕이 된 조사에서 16~17세의 75%가 투표했다고 답했다. 18~24세는 54%였다. 하지만 정치학자 존 커티스(John Curtice)는 신중하게 보라고 당부했다. 가장 어린 집단의 응답자가 112명뿐이어서 "투표율을 정확히 추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4
오스트리아는 더 단단한 숫자를 내놓는다. 오스트리아는 2007년 개혁으로 의회 선거부터 대통령 선거까지 모든 선거의 투표 연령을 16세로 정했다.1 빈대학교 연구진의 추정에 따르면 2010년 빈 선거에서 16~17세의 투표율은 64.2%로, 18~20세(56.3%)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이 결과는 투표 연령 하향이라는 구상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결론지었다.1 이후 다섯 차례 선거를 살펴본 연구에서도 가장 어린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18~20세보다 2.3~10%포인트 높았다.2
미국에서는 메릴랜드주 타코마파크가 2013년 5월 시 선거의 투표 연령을 낮추며 미국 최초의 사례가 됐다.8 그해 11월 투표한 10대는 59명에 불과했다. 그래도 투표 자격이 있는 10대의 16.9%로, 성인 투표율 8.5%의 두 배쯤 됐다. 청소년 시민참여 연구기관 CIRCLE의 연구자들은 이 소박한 결과가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7 2022년에는 선거인 등록을 한 16~17세의 63%가 투표해, 전체 등록 유권자 투표율 49%를 웃돌았다.8
평생의 습관일까, 반짝 호기심일까
타코마파크 시의원을 지낸 팀 메일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아직 부모와 함께 사는 열여섯 살에 투표를 시작하면, 그게 습관이 된다."8
2023년 에든버러대학교가 16~31세 스코틀랜드인 904명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6~17세에 처음 투표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20대가 되어서도 꾸준히 투표할 가능성이 높았다. 한계도 드러났다. 사회적 배경에 따른 청년층의 투표율 격차는 16~17세 때 줄었다가 20대에 다시 벌어졌고, 시위나 청원 같은 다른 정치 참여에는 지속적인 효과가 없었다.6 그럼에도 책임 저자 얀 아이히호른(Jan Eichhorn)은 "16~17세에게 투표권을 준 것은 스코틀랜드 의회의 좋은 결정이었다"고 결론 내렸다.6
오스트리아의 근거도 한쪽으로만 기울지 않는다. 2017년 선거에서 16~17세는 나이 든 유권자보다 자기 생각과 가장 가까운 정당을 고르는 비율이 낮았다. 다만 연구진은 "대부분의 경우 가장 어린 집단이 조금 더 나이 많은 첫 투표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2
반대하는 목소리
비판하는 쪽은 결국 '어른의 기준'이 문제라고 본다.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 폴 홈스는 16세는 선거에 출마할 수도, 복권을 살 수도, 술을 살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16세는 법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존재가 아니다. 투표권은 어른으로서 지는 다른 책임과 맞춰져야 한다."12 미국 보스턴글로브의 칼럼니스트 제프 저코비는 찬성하는 사람들이 "10대의 미성숙에 관한 과학계의 합의가 왜 틀렸는지부터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4
영국 정부 인사들은 공정함을 다르게 정의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16세도 일을 하고 세금을 낸다며 "16~17세가 투표권을 갖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11 민주주의 담당 장관 루샤나라 알리는 이를 "영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참여를 늘리는, 세대를 넘어서는 진전"이라고 불렀다.13
제도가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
몰타는 2013년부터 지방의회 선거에서 16세 투표를 허용해 오다가, 2018년 3월 의회 표결(찬성 64, 반대 0)로 모든 선거로 넓혔다.9 브라질에서 16~17세는 "투표할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 2022년 선거를 앞두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같은 유명인들이 선거인 등록을 독려하자, 선거 당국에는 역대 가장 많은 등록 신청이 몰렸다.10
한국은 어디쯤 와 있나
한국의 선거 연령은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졌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약 50만 명이 새로 유권자가 됐고, 그중 5만 명 안팎이 고3 학생으로 추산됐다. 당시에도 '교실의 정치화'와 후보를 잘 모른 채 투표하는 '깜깜이 투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15 2022년 1월에는 정당법이 바뀌어 만 16세부터 정당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18세 미만은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내야 한다.16
16세 투표권은 2026년 들어 국회에서도 거론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지방선거부터 적용하자고 제안했다.17 그러나 6월 3일 지방선거는 그대로 만 18세 이상 유권자가 참여한 가운데 치러졌다.18 정당에는 가입할 수 있지만 투표는 할 수 없는 16~17세의 처지는 한국에서도 계속 토론거리로 남아 있다.
생각해 볼 질문
16세가 19세보다 투표를 더 많이 한다면, 그것은 성숙해서일까, 아니면 아직 집에 살면서 학교에서 사회 수업을 듣고 있어서일까? 투표권은 술을 살 권리 같은 다른 성인의 권리와 나란히 가야 할까, 아니면 투표는 다른 문제일까? 그리고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독립 주민투표에서 생긴 습관이 평범한 지방선거에서도 이어질까?
양측의 가장 강력한 논거는 아래 찬반 토론 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춰야 할까?
- Eva Zeglovits and Julian Aichholzer, "Are People More Inclined to Vote at 16 than at 18? Evidence for the First-Time Voting Boost Among 16- to 25-Year-Olds in Austria," Journal of Elections, Public Opinion and Parties, January 8, 2014. 링크
- Julian Aichholzer and Sylvia Kritzinger, "What happens when the voting age is lowered to 16? A decade of evidence from Austria," Democratic Audit, February 26, 2020. 링크
- Law Society of Scotland, "Independence referendum well run, Electoral Commission reports," Law Society of Scotland, December 16, 2014. 링크
- John Curtice, "So How Many 16 and 17 Year Olds Voted?," What Scotland Thinks, December 16, 2014. 링크
- Ari Shapiro, "For Scotland's 16-Year-Olds, The First Vote Will Be On Independence," NPR (via GBH News), September 18, 2014. 링크
- University of Edinburgh, "Lower voting age boosts participation in elections," University of Edinburgh, January 12, 2023. 링크
- CIRCLE, "Solid Turnout of Teen Voters in Local Election," CIRCLE, November 12, 2013. 링크
- Eric Bond, "A Decade of High School Students Speaking Through the Ballot Box," Takoma Park News, City of Takoma Park, December 2023. 링크
- Massimo Costa, "Maltese parliament extends voting suffrage to 16-year-olds," MaltaToday, March 5, 2018. 링크
- Diane Jeantet, "DiCaprio, Ruffalo urge Brazilians to vote, irking Bolsonaro," Associated Press (via NBC 6 South Florida), May 5, 2022. 링크
- Al Jazeera, "UK to lower voting age to 16 in major electoral reform," Al Jazeera, July 17, 2025. 링크
- Paul Holmes MP, "Paul raises urgent question about Government's new strategy for modern and secure elections," Office of Paul Holmes MP, July 17, 2025. 링크
- 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 "Coverage of our strategy for modern and secure elections," GOV.UK MHCLG Media Blog, July 18, 2025. 링크
- Jeff Jacoby, "Too young to rent? You're too young to vote.," The Boston Globe, January 26, 2023. 링크
- YTN, 「선거 참여하는 '낭랑 18세'...각종 우려 제기」, YTN, 2020년 1월 4일.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선거 연령 만 18세), 신규 유권자 약 50만 명 중 고3 약 5만 명 추산. 링크
- 전민경, 「고1도 당원 활동 가능..'정당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파이낸셜뉴스, 2022년 1월 11일. 정당 가입 연령 만 16세로 하향, 18세 미만은 법정대리인 동의 필요. 링크
- 이승재, 「장동혁 "이 대통령에 영수회담 재요청…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 연령 16세로 낮추자"」, 뉴시스, 2026년 2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내용. 링크
- 세계일보, 「"나는 선거 '잘알'일까?" 만화로 풀어보는 2026 지방선거 상식 퀴즈」, 세계일보, 2026년 5월 27일. 6·3 지방선거 선거권은 선거일 기준 만 18세 이상.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