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16세 미만 SNS 금지', 10개월의 성적표
수백만 개의 계정이 닫혔지만 청소년 대부분은 여전히 SNS를 쓴다. 세계가 호주의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금지 조치가 시작되기 하루 전, 열다섯 살 라일리 앨런의 걱정은 여름방학이었다. 그는 남호주 오지의 양 목장에 산다. 친구들의 집은 서로 한참 떨어져 있다. 앨런은 AP통신에 "방학 동안 친구들이랑 어떻게 연락하고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3 교사인 어머니 소니아는 반신반의했다. "그래도 애들이 어떤지 알잖아요. 저도 어릴 때가 있었고요.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면 어떻게든 찾아낼 거예요."3
다음 날인 2025년 12월 10일, 호주는 주요 SNS 플랫폼에 16세 미만 이용자를 막도록 의무화했다. 법은 2024년 11월 29일 의회를 통과했다.1 대상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레딧 등 10개 플랫폼이다. 어린 이용자를 걸러내기 위한 '합리적 조치'를 하지 않은 기업은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45억 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2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오늘은 호주 가정이 거대 기술기업에게서 주도권을 되찾는 날"이라고 선언했다.2
그로부터 10개월. 논쟁의 한가운데에는 소니아가 품었던 바로 그 의심이 놓여 있다. 이 법은 청소년을 SNS에서 떼어 놓았을까, 아니면 법을 피해 가는 요령만 가르쳤을까?
닫힌 계정 수백만 개, 그리고 수많은 우회로
첫 숫자는 극적이었다. 2026년 1월, 호주 온라인안전위원회(eSafety)는 플랫폼들이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470만 개에 접근을 제한했다고 발표했다.4 줄리 인먼 그랜트 위원장은 이 법을 교통 법규에 빗댔다. "과속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속도 제한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4
3월이 되자 그림은 복잡해졌다. 규제 당국의 첫 이행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 아이들이 여전히 계정을 갖고 있거나, 새 계정을 만들었거나, 연령 확인을 통과했다. 당국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틱톡, 유튜브 5곳을 조사 중이라고 밝히고, 연령 확인을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할 수 있게 둔 관행 등을 문제 삼았다.6 아니카 웰스 통신부 장관은 "플랫폼들은 이 법이 실패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꼭 해야 할 최소한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타(Meta)는 "온라인에서 나이를 정확히 판별하는 일은 업계 전체의 과제"라고 맞섰다.6
6월, 정부는 최대 벌금을 9,900만 호주달러(약 890억 원)로 두 배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규제 당국이 플랫폼은 물론 연령 확인 업체와 앱 마켓 운영사에도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권한도 넓히기로 했다.9
한국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2011년 11월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제공을 막은 이른바 '셧다운제'다. 시행 초기에는 게임 과몰입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게임 이용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 가면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국회는 2021년 11월 이 제도를 폐지했다.12 일괄 금지가 기술과 이용 습관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는 질문은 호주의 실험에도 그대로 던져진다.
첫 연구 결과가 보여 준 것
7월, eSafety는 아동과 가족 4,000여 명을 2년간 추적하는 연구의 초기 결과를 내놓았다. 세계 여러 대학 연구자로 꾸린 자문단과 함께 설계한 연구다.78 금지 시행 3개월 뒤, SNS 계정을 가진 16세 미만의 비율은 52.4%에서 42.1%로 줄었다. 그러나 계정이 있든 없든 SNS를 이용하는 비율은 85.9%에서 81.5%로 조금 내려가는 데 그쳤다.7 일부 집단, 특히 여학생과 10~12세 아이들 사이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온라인 생활을 오히려 덜 알게 됐다.7
청소년의 수면이나 정신 건강에서는 아직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10 eSafety 스스로도 "정책이 의도한 성과를 거뒀는지 의미 있게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7 스탠퍼드대 소셜미디어연구소를 세운 제프 핸콕 교수는 기다림을 주문했다.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면 갑자기 아이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는, 그런 일이 아니다."10
지지하는 사람들, 비판하는 사람들, 그리고 법정
지지하는 쪽은 모두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하면 아이 한 명 한 명이 받는 압박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학부모 단체 '힙스업 얼라이언스(Heaps Up Alliance)'의 표현을 빌리면 "모두가 빠지면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다".3 반면 법안 표결 전, 호주와 해외 학자 140여 명은 공개서한을 내고 연령 제한은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에는 너무 무딘 도구"라고 지적했다.3
시드니에 사는 열다섯 살 노아 존스는 인권단체 '디지털 자유 프로젝트(Digital Freedom Project)'가 낸 헌법 소송에 원고로 참여했다. "저희는 태어날 때부터 이걸 쓰면서 자랐어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빼앗긴 거죠."3 레딧도 별도로 소송을 냈다. 이 법이 호주 헌법이 보호하는 정치적 의사소통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소송과 별개로 법은 계속 지키겠다고 했다.5 금지보다 플랫폼 자체를 고쳐야 한다는 연구자들도 있다. 퀸즐랜드공대의 대니얼 앵거스 교수는 "투명성이 없으면 정말 형편없는 정책이 만들어진다"고 꼬집었다.10
호주의 결정은 다른 나라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2026년 1월 15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덴마크, 스페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그리스도 제한 방침을 밝혔거나 법안을 내놓았고, 영국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11 핸콕 교수의 말처럼 "호주는 전 세계의 논의 방향을 정말로 바꿔 놓았다".10
생각해 볼 질문
열 명 중 여덟 명이 여전히 SNS를 쓴다면 이 법은 실패한 것일까, 아니면 판단하기엔 아직 이른 것일까? 이용자의 나이를 확인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어야 할까? 플랫폼, 앱 마켓, 부모, 아니면 청소년 자신일까? 그리고 부모 몰래 SNS를 쓰는 아이들이 늘었다면, 아이들은 더 안전해진 것일까, 더 위험해진 것일까?
찬성과 반대의 핵심 논거는 아래 찬반 토론 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해야 할까?
- Parliament of Australia, "Online Safety Amendment (Social Media Minimum Age) Bill 2024," Parliament of Australia, November 2024. 링크
- The Associated Press, "Social media ban for children under 16 starts in Australia," GBH News, December 10, 2025. 링크
- The Associated Press, "Australia's social media ban leaves a 15-year-old worried about losing touch with friends," The Boston Globe, December 9, 2025. 링크
- eSafety Commissioner, "Platforms restrict access to 4.7 million under-16 accounts across Australia," Australian Government, January 2026. 링크
- NBC News, "Reddit challenges Australia law banning children under 16 from social media," NBC News, December 12, 2025. 링크
- The Associated Press, "Meta, Snapchat, TikTok and YouTube aren't fully complying with child account ban, Australia says," Associated Press, March 2026. 링크
- eSafety Commissioner, "Early insights from eSafety's comprehensive evaluation project," Australian Government, July 2026. 링크
- Reuters, "Most teens still on social media three months after under-16 ban began, study finds," ABC News (Australia), July 31, 2026. 링크
- Anthony Albanese and Anika Wells, "Stronger powers and double the penalties for world-leading social media law," Prime Minister of Australia, June 28, 2026. 링크
- Rachel Nowak, "What can we learn from Australia's social media ban for teens?," Knowable Magazine (Annual Reviews), August 13, 2026. 링크
- TechCrunch, "These are the countries moving to ban social media for children," TechCrunch, updated April 2026. 링크
- 이하영, 「청소년 심야 게임 금지 10년 만에 폐지」, 서울신문, 2021년 11월 12일. 셧다운제 도입(2011)과 국회 폐지 의결(2021년 11월 11일, 2022년 1월 1일 시행).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