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술의 위험은 누구도 정확히 잴 수 없다.
찬성 측은 통제하지 못할 것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개발을 멈추면 의학과 과학이 늦어지고 주도권만 경쟁국에 넘어간다고 반박한다.

여기서 말하는 첨단 AI는 흔히 ‘프런티어 AI’라고 부르는 시스템, 곧 오픈AI(OpenAI),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기업이 만드는 챗봇과 AI 에이전트처럼 가장 크고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을 가리킨다. 논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몇 달이든 몇 년이든 더 강력한 AI를 만드는 일을 멈춰야 하는가?
이 생각이 널리 알려진 것은 2023년 3월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가 공개서한을 내고 모든 AI 연구소에 “GPT-4보다 강력한 AI 시스템의 학습을 최소 6개월 동안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1 일론 머스크도 서명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25 며칠 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 조사에서 미국인의 69%가 일부 AI 개발을 6개월 중단하는 데 찬성했다.2 그러나 개발을 멈춘 주요 연구소는 한 곳도 없었다.
경고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2023년 5월, 현대 AI의 개척자로 꼽히는 제프리 힌턴은 AI의 위험을 자유롭게 말하겠다며 구글을 떠났다. 그는 “내가 아는 한 지금은 AI가 우리보다 똑똑하지 않다. 하지만 곧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4 힌턴과 요슈아 벤지오, 그리고 오픈AI·구글 딥마인드·앤트로픽의 대표들은 “AI로 인한 인류 멸종 위험을 줄이는 일은 전 지구적 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로 시작하는 한 문장짜리 성명에도 서명했다.3
위험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AI 연구자 2,77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8~51%가 첨단 AI가 인류 멸종만큼 나쁜 결과로 이어질 확률을 10% 이상으로 보았다. 응답을 종합하면 인간 수준의 기계 지능이 2047년까지 등장할 확률은 50%로, 1년 전 같은 조사보다 13년이나 앞당겨졌다.5 일반 시민은 전문가보다 더 걱정한다. 2024년 미국 성인의 51%가 AI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고 답한 반면, AI 전문가 가운데 그렇게 답한 비율은 15%였다.6
그사이 경쟁은 더 빨라졌다.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AI 안전 행정명령을 폐지한 바로 다음 날,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주도해 AI 인프라에 최대 5,000억 달러(약 690조 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계획을 발표했다.17 그는 “중국도, 다른 나라들도 경쟁자다. 우리는 그것이 이 나라에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17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저렴한 모델이 등장하자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오전에만 13% 넘게 떨어졌다.13
각국 정부는 대체로 ‘멈춤’보다 ‘규칙’을 택했다. 2023년 11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28개국과 유럽연합(EU)은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 모여, 프런티어 AI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심각하고 심지어 파국적인 피해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데 합의했다.7 EU의 인공지능법(AI Act)은 2024년 8월 발효되었다.16 한국도 2024년 12월 고영향 AI와 생성형 AI에 대한 투명성·안전 의무를 담은 ‘AI 기본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29 이 법은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되었다.30 2025년 10월에는 “초지능 개발 금지”를 요구하는 새 성명이 나왔는데, 해리 왕자와 스티브 배넌, 스티브 워즈니악처럼 성향이 전혀 다른 인물들이 함께 서명했다.10
대립 지점은 분명하다. 개발 중단에 찬성하는 쪽은 이해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하는 것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반대하는 쪽은 중단 약속을 강제할 방법이 없고, 경쟁국에 주도권을 넘겨줄 뿐이며, 2024년 노벨 화학상의 바탕이 된 AI ‘알파폴드(AlphaFold)’ 같은 성과를 늦추게 된다고 반박한다.12
AI 개발 중단 토론의 승부는 대개 이 네 가지 질문에서 갈린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기술의 위험은 누구도 정확히 잴 수 없다.
일부만 지키는 중단은 아예 없는 것보다 나쁠 수 있다.
양측 모두 안전을 원한다. 규칙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에서 갈린다.
모든 지연에는 대가가 따른다. 문제는 어느 쪽 대가가 더 큰가이다.
한국: 2024년 5월 한국과 영국 정부는 ‘AI 서울 정상회의’에 맞춰, 네이버와 삼성전자를 포함한 세계 AI 기업들이 ‘프런티어 AI 안전 서약’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은 위험을 정해진 기준 아래로 낮출 수 없으면 해당 모델을 “아예 개발하거나 배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28 같은 해 12월 국회는 고영향 AI와 생성형 AI에 의무를 지우는 AI 기본법을 통과시켰고,29 이 법은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되었다.30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전임 대통령의 AI 안전 행정명령을 폐지했고, 백악관은 2025년 7월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미국 AI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1718
유럽연합: 인공지능법이 2024년 8월 발효되었고, 범용 AI 모델에 대한 규칙은 2025년 8월부터 적용되었다.16 이탈리아는 2023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챗GPT를 일시 차단하기도 했다.24
중국: 딥시크 같은 중국 기업이 미국 연구소와 정면으로 경쟁하고 있다.13 중국은 2023년 AI 위험에 관한 블레츨리 선언에도 참여했다.7
국제 협력: 요슈아 벤지오가 위원장을 맡은 ‘국제 AI 안전 보고서’에는 30여 개국과 유엔, 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참여하고 있다.8
토론 팁: 국제 동향은 양측 모두에게 쓸모가 있다. 찬성 측은 전 세계가 함께 합의해야만 누구도 안전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반대 측은 각국이 멈추기는커녕 경쟁하고 있으니, 한쪽만 멈추면 선두가 바뀔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서울에서 나온 기업 서약은 ‘위험하면 스스로 멈춘다’는 조건부 중단의 사례로 양측이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수업이나 동아리 토론에 활용해 보자. 정답은 없으니 이유와 근거를 함께 말하도록 한다.
생각 넓히기: 사회 교과의 ‘과학기술과 사회 변화’, 도덕 교과의 ‘과학기술 윤리’와 연결해 보자. 1975년 아실로마 회의처럼 과학자 스스로 연구를 멈춘 사례는 오늘날 AI에도 통할까?
‘근거 필요’ 표시가 붙은 논거는 출처를 보완한 뒤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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