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람들이 일을 그만둘까?
양측이 같은 실험을 인용하면서도 다르게 해석한다.
찬성 측은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주면 빈곤을 없애고 삶의 자유를 넓힐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비용이 너무 크고 필요 없는 사람에게까지 돈이 간다고 반박한다.

보편적 기본소득(UBI)은 정부가 모든 성인에게 부자든 가난하든, 일을 하든 안 하든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이다. 가난을 증명하는 서류도, 돈을 어디에 써야 한다는 규칙도 없다. 찬성하는 쪽은 빈곤을 없애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라고 보고, 비판하는 쪽은 필요 없는 사람에게까지 돈을 나눠 주는 엄청나게 비싼 방법이라고 본다.
생각 자체는 오래되었다. 1790년대 토머스 페인은 모든 사람이 21세가 되면 15파운드를 주자고 제안했다. 1967년 마틴 루서 킹 목사는 “빈곤의 해법은 지금 널리 논의되는 방법, 곧 소득 보장으로 빈곤을 직접 없애는 것”이라고 썼다.22 1970년 미국 하원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지지한 소득 보장 법안을 243 대 155로 통과시켰다. 다만 이 안은 소득에 따라 지급되고 근로 조건이 붙어 있었다.22
오늘날 완전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나라는 없지만, 비슷한 사례는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43년째 석유에서 얻은 수익을 거의 모든 주민에게 해마다 배당하고 있으며, 2024년 배당금은 1,702달러(약 235만 원)였다.6 이란은 2010년 연료 가격을 올리면서 7,000만 명이 넘는 국민 거의 전체에게 현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21 케냐에서는 자선단체 기브디렉틀리(GiveDirectly)가 일부 마을의 모든 성인에게 12년 동안 매달 돈을 주고 있다.20
한국에도 기본소득 논쟁을 불러온 정책들이 있다. 경기도는 2019년부터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마다 25만 원씩, 한 해 최대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주는 ‘청년기본소득’을 시작했다.26 2020년 코로나19 때는 정부가 전 국민에게 1인 가구 40만 원부터 4인 이상 가구 100만 원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27 약 2,216만 가구가 모두 14조 2,357억 원을 받았다.28 둘 다 엄밀한 의미의 기본소득은 아니지만, ‘모두에게 조건 없이 현금을 주는 것’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두고 활발한 토론을 낳았다.
근거의 대부분은 실험에서 나온다. 핀란드는 2017~2018년 실업자 2,000명에게 매달 세금 없이 560유로(약 84만 원)를 지급했다.1 2023년까지 스탠퍼드대 기본소득 연구소가 추적한 미국 내 소득 보장 시범 사업은 100개가 넘었다.23 가장 큰 실험은 연구 단체 오픈리서치(OpenResearch)가 진행했다. 텍사스주와 일리노이주의 저소득층 1,000명에게 3년 동안 매달 1,000달러(약 138만 원)를 주고, 비교를 위해 다른 2,000명에게는 매달 50달러(약 7만 원)를 주었다.2
결과는 엇갈린다. 핀란드의 수급자는 비교 집단보다 평균 6일 더 일했을 뿐이지만, 삶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비교 집단보다 삶에 더 만족했고 정신적 부담을 덜 느꼈다.”1 오픈리서치 연구에서는 노동시장 참여율이 4.2%포인트 떨어졌고, 일하는 시간도 일주일에 1~2시간 줄었다.2 반면 알래스카에서는 배당금이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5
코로나19 대유행은 이 토론의 현실 시험대가 되었다. 2021년 미국은 아동 세액공제를 확대해 대부분의 가정에 매달 돈을 지급했다. 인구조사국의 보완 지표로 본 아동 빈곤율은 5.2%까지 떨어졌다가, 지급이 끝난 2022년 “5.2%에서 12.4%로 두 배 넘게” 뛰었다.910 찬성 측은 현금 지급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비판하는 쪽은 그것이 모든 사람이 아니라 자녀가 있는 가정을 겨냥한 지원이었다고 반박한다.
가장 큰 대립 지점은 비용과 공정성이다. 한 싱크탱크는 미국의 모든 성인에게 매달 1,000달러를 주려면 한 해 약 2조 5,000억 달러(약 3,450조 원)가 들고, 연방 지출이 56% 늘어난다고 추산했다.13 2016년 스위스에서는 유권자의 77% 가까이가 매달 2,500스위스프랑의 기본소득안을 거부했다.8 미국인의 의견도 갈린다. 2020년 조사에서 모든 성인에게 매달 1,000달러를 주는 안에 54%가 반대했고 45%가 찬성했다.7
기본소득 토론의 승부는 대개 이 네 가지 질문에서 갈린다.
양측이 같은 실험을 인용하면서도 다르게 해석한다.
생활이 가능할 만큼 주려면 세금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돈 문제이면서 동시에 원칙의 문제다.
기본소득의 근거는 흔히 일자리에 대한 예측에 기대고 있다.
한국: 전국 단위의 기본소득은 없다. 다만 경기도가 2019년부터 만 24세 청년에게 연 최대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주는 청년기본소득을 시작했고,26 2020년에는 코로나19 대응으로 전 국민에게 가구원 수에 따라 40만~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한 차례 지급했다.2728
미국: 전국 단위의 기본소득은 없지만, 알래스카가 60만 명이 넘는 주민에게 해마다 석유 배당금을 주고 있고, 각 도시와 주의 소득 보장 시범 사업도 100개 넘게 확인되었다.623
유럽: 핀란드는 2017~2018년 실업자를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실험한 뒤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 스위스 유권자들은 2016년 전국 기본소득안을 거부했다.248
캐나다: 1970년대 매니토바주에서 ‘민컴(Mincome)’ 실험이 진행되었고, 온타리오주는 2018년 약 4,000명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중단했다.2516
개발도상국: 이란은 국민 거의 전체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있고, 케냐에서는 기브디렉틀리가 12년짜리 기본소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2120
토론 팁: 사례를 비교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작은 시범 사업, 석유 배당금, 한 번뿐인 재난지원금, 세금으로 운영하는 전국 단위 기본소득은 서로 매우 다르다. 찬성 측은 시범 사업을 근거로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고, 반대 측은 어떤 시범 사업도 실제 비용을 시험하지 못했다고 반박할 수 있다.
수업이나 동아리 토론에 활용해 보자. 정답은 없으니 이유와 근거를 함께 말하도록 한다.
생각 넓히기: 사회(경제) 교과의 ‘사회 보장 제도’ 단원에서 배운 공공 부조, 사회 보험과 기본소득은 어떻게 다른가? 통합사회의 ‘정의와 사회 불평등’과 연결해 ‘공정한 분배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
‘근거 필요’ 표시가 붙은 논거는 출처를 보완한 뒤 공개된다.
누구나 더 나은 내용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가 모든 제안과 출처를 확인한 뒤 반영하며, 반영된 제안에는 제안자의 이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