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어린아이에게 정말 죄를 물을 수 있는가?
아이가 무엇을 이해하느냐의 문제다. 과학이 실마리를 주지만 답을 정해 주지는 않는다.
찬성 측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아이도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 측은 어린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법정이 아니라 보호와 돌봄이라고 맞선다.

형사책임 연령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기소되어 법원에서 형벌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어린 나이다. 이보다 어린 아이가 남에게 해를 끼치면 부모와 학교, 아동복지 기관이 대신 나선다. 나라마다 일고여덟 살부터 16세까지 차이가 크고,42 전 세계 중앙값은 14세다.1
한국에서는 ‘촉법소년’이라는 말로 더 익숙한 논쟁이다.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아이는 범죄를 저질러도 형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같은 보호처분을 받는다.30 경찰에 입건된 촉법소년은 2021년 1만 1,677명에서 2025년 2만 1,095명으로 81% 늘었다.31 법무부는 2022년 10월 상한을 ‘13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고,30 2026년 2월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검토를 지시했다. 공론화를 거쳐 정부는 2026년 7월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연령을 한 살 낮추는 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32
개념 자체는 오래됐지만 기준은 계속 움직인다. 잉글랜드·웨일스는 1963년 형사책임 연령을 8세에서 10세로 올렸고, 1998년까지는 14세 미만 아동이 중대한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한다고 추정하는 규정도 두었다.4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모든 나라에 이 연령을 14세 이상으로 정하라고 권고했다.2
영국의 논쟁에는 지금도 한 사건이 짙게 드리워 있다. 1993년 2월 리버풀 인근 부틀의 쇼핑센터에서 10세 소년 존 베너블스와 로버트 톰프슨이 두 살배기 제임스 벌저를 데려가 살해했다. 두 소년은 같은 해 11월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5 잉글랜드의 형사책임 연령은 지금도 10세다. 2026년 1월 영국 법무부 차관은 상원에서 “형사책임 연령을 10세로 정해 두었기에 사법 제도가 일부 아이들에게 일찍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6
연령을 낮추는 나라도 있다. 스웨덴에서는 2024년 상반기 15세 미만 아동 93명이 살인, 살인 미수, 살인 방조 혐의를 받았는데, 이는 1년 전의 약 3배였다. 범죄 조직이 온라인으로 아이들을 청부 살인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다.7 2026년 8월 스웨덴 의회는 281 대 66으로 형사책임 연령을 15세에서 14세로 낮췄다.8 중국은 다롄에서 10세 여자아이를 살해한 13세 소년을 처벌할 수 없었던 일을 계기로,24 2021년 가장 중대한 살인 범죄에 한해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췄다.23
반대로 연령을 올리는 곳도 있다. 스코틀랜드는 2019년 찬성 123표, 반대 0표로 통과된 법에 따라 연령을 8세에서 12세로 올렸다.15 오스트레일리아 수도준주(ACT)는 2025년 7월부터 14세로 올렸다.13 그런데 12세로 올렸던 오스트레일리아 노던준주는 2024년 10월 다시 10세로 되돌렸다. 리아 피노키아로 준주 수석장관은 “범죄자로 태어나는 10세, 11세 아이는 없다”고 말했다.12
미국에는 전국 공통 기준이 없다. 2021년 기준 27개 주는 소년법원에서 아동을 기소할 수 있는 최저 연령을 아예 정하지 않았고,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최저 연령은 6세였다.18 2019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는 경찰이 학교에서 떼를 쓴 6세 카이아 롤의 손목을 케이블 타이로 묶어 체포했다. 혐의는 취하됐고, 플로리다주는 이제 강력 중범죄가 아니면 7세 미만 아동을 체포할 수 없게 했다.1920
쟁점은 분명하다. 연령 하향을 지지하는 쪽은 중대한 범죄에는 그에 맞는 책임이 따라야 하며, 어른들이 바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아이들을 이용한다고 말한다. 반대하는 쪽은 뇌과학을 근거로 든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12~13세 아동이 “자기 행동의 영향이나 형사 절차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본다.3 반대 측은 어린 나이에 법정을 거치면 재범 가능성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논제의 승패는 대개 이 네 가지 질문에서 갈린다.
아이가 무엇을 이해하느냐의 문제다. 과학이 실마리를 주지만 답을 정해 주지는 않는다.
양측 모두 아이들과 범죄 조직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두고 주장을 편다.
양측 모두 아이가 평생 범죄자로 사는 것을 막고 싶다고 말한다.
민주주의와 국제법에 관한 문제다.
한국: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며,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보호처분 대상이 된다.30 2026년 7월 정부는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상한을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내놓고 형법과 소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상 범죄의 범위는 정하지 않았고, 이 대통령은 추가 논의를 지시했다.32
전 세계: 일고여덟 살부터 16세까지 다양하며, 중앙값은 14세다.41
영국: 잉글랜드·웨일스는 10세다.4 스코틀랜드는 8세에서 12세로 올렸고, 2021년 12월부터 시행됐다.16
낮추는 나라: 스웨덴은 2026년 15세에서 14세로 낮췄다.8 중국은 2021년부터 가장 중대한 살인 범죄에 한해 12~13세도 기소할 수 있게 했다.22 필리핀 하원은 2019년 처음에는 9세를 제안했다가, 결국 15세에서 12세로 낮추는 안을 통과시켰다.26
오스트레일리아: 주마다 엇갈린다. 노던준주는 2024년 10세로 낮췄고, 수도준주는 2025년 14세로 올렸다.1113
미국: 2021년 기준 27개 주는 소년법원의 최저 연령을 정하지 않았고, 정한 주들도 6세부터 12세까지 제각각이다.18
토론 팁: 나라별 비교는 양측 모두에게 쓸모가 있다. 찬성 측은 실제 범죄에 대응한 스웨덴과 중국을, 반대 측은 유엔 기준과 연령을 올리고도 큰 문제가 없었던 스코틀랜드를 내세울 수 있다. 한국 사례를 다룰 때는 ‘입건 건수 증가’가 실제 범죄 증가인지, 신고가 늘어난 결과인지도 따져 보자.31
수업이나 동아리 토론용 질문이다. 정답은 없으니 이유와 근거를 들어 말해 보자.
사회(정치와 법)·도덕: 형벌의 목적은 응보일까, 예방일까, 교화일까? 소년법이 성인 형법과 다른 원칙을 두는 이유를 형벌의 목적과 연결해 설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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