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하는 기계: AI 앞에서 학교가 배우고 있는 것
챗봇은 거의 하룻밤 사이에 교실로 들어왔다. 교사와 학생, 연구자들은 그것이 배움에 어떤 의미인지 아직 답을 찾는 중이다.

미국 뉴욕주 루이스버러의 존제이고등학교. 대학 과목 선이수(AP) 문학 수업 시간인데 책상 위에 노트북이 하나도 없다. 학생들은 종이에 인쇄한 시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한 뒤 공책을 펼쳤다. 교사 제시카 비니가 말했다. "글쓰기 공책에 정말 거칠고 엉망인 초고를 써 보세요. 그다음엔 그걸 지우고 다시 쓰는 거예요."1
비니는 집에서 써 오는 과제를 더는 내지 않는다. 이제 학생들은 교실에서 손으로, 또는 다른 기능을 잠근 노트북으로 에세이를 쓴다. 그의 교실은 챗GPT 같은 챗봇이 등장한 뒤 학교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학교가 여전히 얼마나 확신하지 못하는지를 함께 보여 준다.
일단 막고, 나중에 다시 생각하다
2022년 11월 챗GPT가 공개되자 뉴욕시 공립학교는 곧바로 학교 기기와 네트워크에서 챗GPT 접속을 막았다.23 그러나 2023년 5월 방침을 뒤집었다. 데이비드 뱅크스 교육감은 "반사적인 두려움과 위험 인식 때문에 생성형 AI가 학생과 교사를 도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놓쳤다"고 썼다.2 마크 러바인 맨해튼 구청장은 이 결정을 "전적으로 옳은 조치"라고 평가했다.3
그사이 학생들의 사용은 빠르게 늘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학교 과제에 챗GPT를 써 봤다는 미국 10대의 비율은 2023년 13%에서 2024년 26%로 두 배가 됐다.4 2026년 보고서에서는 절반을 조금 넘는 10대가 과제를 할 때 챗봇의 도움을 받아 봤다고 답했고, 열 명 중 한 명은 과제 전부 또는 대부분을 챗봇의 도움으로 한다고 답했다.5 연구기관 랜드연구소(RAND)에 따르면 숙제에 AI를 쓰는 학생의 비율은 2025년 5월부터 12월 사이 48%에서 62%로 올랐다.6
부정행위라는 질문
많은 교사들은 처음부터 걱정했다. 2023년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공립학교 교사를 조사했을 때, AI 도구가 초·중·고 교육에 득보다 실이 많다고 답한 교사는 25%였고, 실보다 득이 많다는 답은 6%에 그쳤다.7 학생들도 문제를 알고 있다. 10대의 59%는 자기 학교에서 AI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흔하게 일어난다고 답했다.5
그렇다고 잡아내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AI 탐지기 7종에 사람이 토플(TOEFL) 시험에서 직접 쓴 에세이 91편을 넣어 보았더니, 탐지기들은 평균 61%를 AI가 쓴 글로 잘못 판정했다.8 랜드연구소 조사에서는 학생의 절반이 AI로 부정행위를 했다는 누명을 쓸까 봐 걱정된다고 답했다.9 비니 역시 믿기 어렵다고 느끼던 탐지 도구에 더는 기대지 않아도 돼서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1
부정행위보다 더 깊은 상실을 걱정하는 교사도 있다. 필라델피아의 영어 교사 브레턴 셰리든은 "학생들은 글 쓰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생성형 AI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시시피대에서 교사를 위한 AI 연수 기관을 이끄는 마크 왓킨스는 집에서 써 오는 연구 보고서 과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타깝지만, 그런 과제는 이제 사라졌다."1
지금까지 연구가 보여 준 것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튀르키예 고등학생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수학 연구에서, 아무 장치 없는 기본 GPT-4로 연습한 학생들은 연습 문제 성적이 48% 좋아졌다. 그런데 AI를 치운 뒤 치른 시험에서는 AI를 한 번도 쓰지 않은 학생들보다 17%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교사들이 정답 대신 힌트를 주도록 설정한 두 번째 버전에서는 이런 하락이 대부분 나타나지 않았다.1011 연구자 중 한 명인 알프 순구는 "학생들은 일반적인 생성형 AI 도구를 정답 자판기처럼 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11
하버드대 물리학 입문 강좌에서 진행된 실험은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정교하게 설계된 AI 튜터로 공부한 학생들이 교실에서 능동 학습 수업을 들은 학생들보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이 배웠다. 연구진은 "AI 튜터를 사용한 학생들이 더 짧은 시간에 훨씬 더 많이 배운다"고 썼다.12 같은 AI라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규칙은 누가 정하나
규칙은 사용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2023년 유네스코(UNESCO)가 전 세계 학교와 대학 450여 곳을 조사했을 때, 생성형 AI에 관한 공식 지침을 갖춘 곳은 10%도 되지 않았다.13 2025년 미국에서도 학교나 교육구 차원의 AI 정책이나 지침이 있다고 답한 교장은 45%뿐이었다.9 랜드연구소의 헤더 슈워츠는 "학교는 AI를 언제, 어떻게 써도 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6
한국은 정반대 방향에서 같은 질문과 마주했다. 정부는 2025년 시범 운영 기간도 없이 AI 디지털교과서를 학교에 도입했지만, 국회는 그해 8월 4일 초·중등교육법을 고쳐 AI 교과서의 지위를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낮췄다. 사용이 의무인 교과서와 달리 교육자료는 학교장이 쓸지 말지를 정한다. 교원단체는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인 졸속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고, 일부 의원은 저소득층이나 산간벽지, 장애 학생의 교육 기회를 빼앗는 결정이라고 반대했다.14 미국의 학교들이 AI를 막았다가 받아들이는 사이, 한국은 AI를 앞세웠다가 한 발 물러선 셈이다.
학생들의 마음도 복잡하다. 랜드연구소의 12월 조사에서 학생의 67%는 학교 과제에 AI를 쓰면 비판적 사고력이 손상된다고 답했다.6 비니의 반에서 공부하는 고3 나오미 시걸은 두 마음을 한꺼번에 털어놓았다. "우리가 얼마나 AI에 기대고 있는지 생각하면 정말 걱정돼요. 그래도 우리는 기술로 가득한 세상으로 나가고 있고, 그 기술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게 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1
생각해 볼 질문
논쟁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숙제는 끝내게 도와주지만 시험은 더 못 보게 만드는 도구라면, 그것은 배움을 도운 것일까? 학교는 AI를 수업 안으로 들여야 할까, 아니면 어떤 과제만큼은 AI로부터 지켜야 할까? 그리고 그 선은 누가 그어야 할까? 교사, 학교, 정부, 아니면 학생 자신일까?
이 주제의 찬반 토론 가이드는 아직 한국어로 준비되지 않았다. 아래에서 영문 주제 목록을 볼 수 있다.
학생이 학교 과제에 AI를 써도 될까?
- The New York Times, "How A.I. Killed Student Writing (and Revived It)," republished by The Boston Globe, May 2, 2026. 링크
- David C. Banks, "ChatGPT caught NYC schools off guard. Now, we're determined to embrace its potential," Chalkbeat, May 18, 2023. 링크
- NBC News, "New York City public schools remove ChatGPT ban," NBC News, May 2023. 링크
- Olivia Sidoti, Eugenie Park and Jeffrey Gottfried, "About a quarter of U.S. teens have used ChatGPT for schoolwork, double the share in 2023," Pew Research Center, January 15, 2025. 링크
- Colleen McClain, Monica Anderson, Olivia Sidoti and William Bishop, "How Teens Use and View AI," Pew Research Center, February 24, 2026. 링크
- RAND, "Student Use of AI for Homework Rises as Concerns Grow About Critical Thinking Skills," RAND Corporation, March 17, 2026. 링크
- Luona Lin, "A quarter of U.S. teachers say AI tools do more harm than good in K-12 education," Pew Research Center, May 15, 2024. 링크
- Weixin Liang, Mert Yuksekgonul, Yining Mao, Eric Wu and James Zou, "GPT detectors are biased against non-native English writers," arXiv (published in Patterns), July 10, 2023. 링크
- Christopher Joseph Doss et al., "AI Use in Schools Is Quickly Increasing but Guidance Lags Behind: Findings from the RAND Survey Panels," RAND Corporation, September 30, 2025. 링크
- Hamsa Bastani et al., "Generative AI without guardrails can harm learning: Evidence from high school mathematic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5. 링크
- PsyPost, "Unrestricted generative AI harms high school math learning by acting as a crutch," PsyPost, 2025. 링크
- Greg Kestin, Kelly Miller, Anna Klales, Timothy Milbourne and Gregorio Ponti, "AI tutoring outperforms in-class active learning: an RCT introducing a novel research-based design in an authentic educational setting," Scientific Reports, June 3, 2025. 링크
- UNESCO, "UNESCO: Governments must quickly regulate Generative AI in schools," UNESCO, September 7, 2023. 링크
- 김원진·김송이, 「급히 도입해 탈난 AI 교과서 결국 '교육자료' 지위격하」, 경향신문, 2025년 8월 4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국회 통과(2025년 8월 4일), 교과서와 교육자료의 차이, 교원단체와 의원들의 찬반 발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