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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논쟁은 사실 세 개의 논쟁이다

파크랜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미국 플로리다주는 사형 선고의 문턱을 낮췄다. 그 과정을 따라가 보면 사형제를 둘러싼 논쟁이 실은 정의, 증거, 오판이라는 세 갈래의 논쟁임을 알 수 있다.

글 Debatery 편집팀2026년 10월3분 분량
입구 위에 시계가 걸린 붉은 벽돌 교도소 건물

2022년 10월 13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로워드 카운티의 배심원단이 니콜라스 크루즈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크루즈는 4년 전 파크랜드의 마저리 스톤먼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17명을 살해한 인물이다. 배심원 아홉 명이 사형에 찬성했지만 세 명은 반대했다. 그 결과는 종신형이었다.12 딸 앨리사를 잃은 로리 알하데프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학교에 보낸 딸이 총을 여덟 발이나 맞았어요."1

여섯 달 뒤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배심원 12명 중 8명만 찬성해도 사형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에 서명했다. 미국에서 가장 낮은 기준이다.2 2024년 한 건에 그쳤던 플로리다의 사형 집행은 2025년 19건으로 늘었다. 그해 미국 전체 집행 48건의 약 40%다.3

2026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미국인의 66%는 살인범에 대한 사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73%는 무고한 사람이 처형될 위험이 어느 정도 있다고 봤고, 59%는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지 못한다고 답했다.4 어떻게 이 대답들이 한꺼번에 나올 수 있을까? 어쩌면 사형제 논쟁이 사실은 세 개의 서로 다른 논쟁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첫 번째 논쟁: 정의는 무엇을 요구하는가

사형제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에게 핵심 질문은 최악의 살인범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며, 피해자 가족에게 무엇을 해 줘야 하느냐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새 법에 서명하며 "가장 극악한 범죄의 피해자들이 정의를 얻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파크랜드에서 열네 살 딸 지나를 잃은 토니 몬탈토의 말은 더 간단했다. "이 법은 피해자의 권리에 관한 것이다. 그게 전부다."2

정반대의 원칙에서 출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가톨릭교회의 공식 교리를 고쳐 "사형은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에 대한 공격이므로 용인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5 202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조시 셔피로 주지사는 어떤 사형 집행 영장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 정부가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는 사람을 죽인 벌로 사람을 죽이는 게 왜 괜찮으냐는 아들의 질문을 받은 뒤 생각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6 국제앰네스티는 2025년 한 해 17개국에서 2,707건의 사형 집행을 확인했다. 수천 건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집행은 이 숫자에 들어 있지 않다.7

한국은 이 첫 번째 논쟁의 한가운데 있다. 마지막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집행이었다. 이후 집행이 멈추면서 국제앰네스티는 2007년 12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법에는 사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7대 2)과 2010년(5대 4) 두 차례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는데, 위헌 의견은 점점 늘었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를 존치할지 폐지할지는 국회가 입법으로 정할 문제라고도 밝혔다.13 2022년 7월에는 세 번째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14

두 번째 논쟁: 사형은 생명을 구하는가

두 번째 논쟁은 증거에 관한 것이다. 2006년 에머리대학교의 경제학자 폴 루빈은 미국 상원 소위원회에서 사형 집행이 살인을 억제한다고 증언했다. "결론은 만장일치다. 동료 심사를 거친 최근 논문은 모두 유의미한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그는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사형 집행 한 건당 평균 18건의 살인이 줄어든다"고 계산했다.8

6년 뒤, 미국 국립연구위원회(NRC)의 한 위원회는 같은 종류의 연구들을 검토하고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들로는 사형이 살인율을 높이는지, 낮추는지, 아무 영향이 없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원장 대니얼 네이긴은 "이 결론이 누군가에게는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주장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 결론을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것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9

세 번째 논쟁: 배심원이 틀렸다면

세 번째 논쟁은 오판에 관한 것이다. 2006년 브로워드 카운티의 배심원단은 1994년 포트로더데일의 전당포 직원을 살해한 혐의로 허먼 린지에게 8대 4로 사형을 평결했다. 그러나 2009년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증거가 "린지의 유죄를 뒷받침하기에 불충분하다"고 판단했고, 린지는 자유의 몸으로 사형수 감방을 나왔다.10 2023년 주 의회가 배심원 8명의 찬성만으로 사형을 권고할 수 있게 하자, 린지는 경고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사형수 감방에 가는 무고한 사람이 더 늘어날 겁니다."10

플로리다는 사형수가 무죄로 풀려난 사례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주다. 배심원 표결 결과가 알려진 플로리다의 무죄 사례 가운데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사형을 평결한 경우는 단 두 건이었다.11 미국 전체로 보면 1973년 이후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나중에 무죄가 밝혀진 사람이 최소 203명이다. 사형이 여덟 명 집행될 때마다 한 명꼴로 누명을 벗은 셈이다.12

한국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오판의 역사가 있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은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8명의 사형을 확정했고, 이들은 약 18시간 뒤인 이튿날 새벽 서울구치소에서 처형됐다. 32년이 지난 2007년 1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재심에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15 판결은 바로잡혔지만, 목숨은 되돌릴 수 없었다.

새 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반대 방향의 오류를 지적한다. 파크랜드에서는 배심원 12명 중 9명이 사형을 원했는데도 사형이 선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죄를 지은 살인범을 살려 두는 실수와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실수 가운데 무엇이 더 나쁜가. 결국 이것도 가치관의 문제다.

생각해 볼 질문

사형이 살인을 막는다는 사실이 연구로 증명된다면, 사형이 정의로운지에 대한 논쟁도 끝나는 것일까?

한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하려면 배심원(또는 판사) 몇 명이 동의해야 할까? 그리고 왜 그 숫자여야 할까?

피해자 가족의 뜻은 형량에 얼마나 반영되어야 할까?

양측의 가장 강력한 논거는 아래 찬반 토론 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1. Amanda Batchelor, "'What were you thinking?' Parkland families react to jury's life in prison recommendation," WKMG News 6 ClickOrlando, October 13, 2022. 링크
  2. Mitch Perry, "DeSantis signs law allowing 8 jurors, not 12, to recommend death penalty; lowest in U.S.," Florida Phoenix, April 20, 2023. 링크
  3.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 "DPI Year End Report 2025: Majority of Capital Juries in 2025 Rejected Death Sentences,"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 December 15, 2025. 링크
  4. Pew Research Center, "Most Americans Favor the Death Penalty for Those Convicted of Murder," Pew Research Center, August 6, 2026. 링크
  5. Nicole Winfield, Associated Press, "Pope Francis says death penalty is 'inadmissible,' changes Catholic Church teaching," PBS NewsHour, August 2, 2018. 링크
  6. Marley Parish, "Shapiro refuses to sign execution warrants, calls on lawmakers to abolish capital punishment," Pennsylvania Capital-Star, February 16, 2023. 링크
  7. Amnesty International, "Death sentences and executions 2025," Amnesty International, May 18, 2026. 링크
  8. Paul H. Rubin, "Testimony of Paul H. Rubin," Subcommittee on the Constitution, Civil Rights and Property Rights, US Senate Committee on the Judiciary, February 1, 2006. 링크
  9.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Current Research Not Sufficient to Assess Deterrent Effect of the Death Penalty," National Academies, April 18, 2012. 링크
  10. Lauren Gill, "Exonerees Sound the Alarm on New Florida Law Allowing Death Sentences by Split Juries," Bolts, April 26, 2023. 링크
  11.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 "DPIC Analysis: Exoneration Data Suggests Non-Unanimous Death-Sentencing Statutes Heighten Risk of Wrongful Convictions,"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 March 13, 2020. 링크
  12.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 "Innocence," 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 updated September 3, 2026. 링크
  13. 정희완, 「사형 '집행시효 30년' 논란…사형제도 존폐 여부는?」, 경향신문, 2023년 4월 24일.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집행(23명), 2007년 국제앰네스티의 '실질적 사형 폐지국' 분류, 헌법재판소 1996년·2010년 합헌 결정. 링크
  14. 박미영·이지안, 「세 번째 위헌 심판대 오른 '사형제'… 생명권 침해 여부 등 쟁점」, 세계일보, 2022년 7월 15일. 2022년 7월 14일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1996년·2010년에 이은 세 번째 위헌 심판. 링크
  15. 박홍환, 「"사법살인의 공범" 비난 자초」, 서울신문, 2007년 1월 30일. 1975년 4월 8일 대법원 사형 확정, 다음 날 새벽 8명 처형(약 18시간 뒤), 2007년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 재심 무죄. 링크